[후기] 스토너
평범한 스토너의 이야기
서론
책을 완독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생활이 바빠진 개인적인 상황도 있었지만,
초반에 느꼈던 어색함과 답답함, 때로는 불쑥 찾아오는 불쾌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스토너의 이야기에 적응하며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다.
책을 덮고 나서야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인생 책’이라 추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후기
인간 스토너
스토너를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들의 입체감은 뛰어나서 마치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책을 읽으며 한 인간의 인생을 살아보고, 그의 죽음마저 경험한 기분이다.
정확히는 ‘함께 경험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책에서는 부모와의 갈등, 꿈을 향한 여정, 대학과 진로, 사랑과 연애, 직업에 대한 열정, 끈질긴 악연, 자식에 대한 사랑, 그리고 죽음까지 다양한 삶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러한 다양한 주제는 독자가 스스로의 인생과 스토너의 인생을 비추어보고 비교하게 만들었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왜 스토너는 그렇게밖에 행동하지 못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더 깊은 사고를 하게 되었다.
답답한 이야기
그렇다면 스토너의 인생은 어떠했는가?
사람들은 흔히 스토너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의미일까? 책을 읽는 동안 답답함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악인들에게 한 방 먹이지 못하고,
오히려 나약하고 회피하는 태도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그의 모습은 내게 큰 답답함을 주었다.
그의 무력함에 나의 과거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겹쳐지며,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하고 때론 괴로운 경험을 했다.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았을 때조차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지독히 평범하고 무력했다.
사이다 같은 시원한 결말에 익숙했던 나에겐,
이런 내용의 전개가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허무주의?
마지막까지 스토너는 긴 악연을 이어왔던 로맥스에게 제대로 된 한 방을 날리지 못하고,
병원의 작은 방이 자신의 관이라도 된 듯 천천히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스토너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겪었던 나쁜 일들에 대한 나의 평가가 바뀐 것이다.
과연 그 사건들이 정말로 중요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스토너는 죽음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스토너는 죽음 앞에서도 후회하지 않았다.
비록 내가 보기에 후회할 일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의 이런 초연한 태도는 어쩌면 내게 조용한 위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보다 스스로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아닐까.
적어도 스토너는 그랬다.
결론
『스토너』를 읽고 가장 강렬하게 든 생각은 결국 모든 지나간 일이나 좋지 않은 사건들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자기 위로나 현실 회피일 수도 있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답답해 보이는 삶이라도 본인이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 아닐까 싶다.
내게 있어 이 책은 재미있으면서도 조용한 위로를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