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접힌 지도

두 번째 창작 시

접힌 지도

접힌 지도

까만 글씨들이 줄 지어 선,
마침표에서 숨을 고르던
네가 남긴 마지막 지도.
반으로, 접었다.

글씨가 글씨를 덮고
마지막 문장이 첫 문장을 지웠다.
영원이 안녕에 겹쳐졌다.

다시 접었다.
모서리를 날개처럼 벼려
종이비행기를 만들었다.

창밖으로 날렸지만
바람도 없이 추락했다.

주워서 펼치자
접힌 자국들이
원래 있던 문장들 사이로
새로운 길을 내고 있었다.

이번엔 학을 접었다.
목이 길어질수록
글씨들은 점자로 희미해지고
‘보고 싶다’는 부리 속에,
‘잊어줘’는 꼬리 깃에 숨었다.

학은 날지 못했다.

그래서 배를 접었다.
물에 띄우자마자
글씨가 번지기 시작했다.
검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건져 말린 구겨진 종이 위,
접혔던 자국들만
핏줄처럼 선명했다.

읽을 수 없는 얼룩과
무수한 선들.
십자로 교차하는 곳마다
별자리가 떠오르는 듯했고
대각선이 만나는 중심에서
나침반이 도는 듯했다.

손안에서 뭉쳐진 종이는
더는 어떤 길도 보여주지 않았다.
수많은 골짜기와 마루가 생긴,
읽을 수 없는 지형도.
우리가 지나온 자리.
구겨진 지도 한 장.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