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체인소맨 후기
체인소맨 극장판 후기
서론
주말에 학교에 일이 있어서 일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친구들이 체인소맨을 보러가자고 해서 번개로 만나 영화를 봤다.
저번에도 이 번개 모임으로 영화를 본 적 있었는데,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 그 주인공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쥬라기 월드의 최악인 점들을 잔뜩 대화 나눴던 터라 이번 영화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영화관에 입장했다.
나는 체인소맨을 애니메이션으로 1-2화 정도 봤고, 그 뒤로는 보지 않아서 기본적인 틀만 알고 극장판을 감상했다.
후기
초록 불과 빨간 불
주인공 덴지는 악마이면서 악마 사냥꾼인 것 같았다. 전기톱의 악마, 왜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악마들은 전기톱의 악마의 심장을 원한다.
초반에 나오는 암살자는 악마들과 계약하여 악마 사냥꾼들을 죽이곤 했다. 태풍의 악마와 일종의 거래를 하며, 체인소맨인 덴지를 죽이는 의뢰를 맡았다.
그는 중국의 악마 사냥꾼을 죽일 때, 처와 자식의 가죽을 벗기고는 악마사냥꾼에게 보여주며 아직 가족들은 살아는 있다며 스스로 죽어주길 종용했다는 내용을 듣고 정말 악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등장할 때에는 초록 불빛 아래에서, 초록색으로 녹이 슨 공간에 있으며,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벽에 묻은 붉은 피는 초록빛과 대비되며 잔혹함이 강조되었다. 특히 초록과 빨강의 조합이라고 한다면 수술실이 떠오르는 나에게는 해당 공간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암살자를 보고 두려웠다.
반면 덴지와 우연히 만나서 썸을 타는 레제는 붉은 빛으로 묘사된다.
덴지와 학교 데이트를 하던 중, 화장실을 가다가 덴지를 죽이려는 암살자를 만나게 되고, 그 장면에서 특히 빛 연출이 드러나는데, 화면은 어두운 복도에서 붉은 소화전 점등 앞 레제가 복도를 거닐다가 암살자를 마주치게 되는데, 암살자는 초록색 비상구 점등 아래에서 나타나게 된다.
그 후 암살자는 체인소맨을 죽이기 위한 미끼로써 레제를 추격한다. 도망갈 곳이 없는 옥상, 레제는 위기에 처하는데… 어라?
암살자가 휘두르는 팔을 레제가 잡고는 그라운드 기술을 사용해서 죽여버린다. 암살자가 괴로워하며 죽어가며, 레제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 모습은 너무나 기괴했다.
그 후에도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가며 항공기의 붉은 점멸등이 레제의 위를 지나간다.
폭발적인 액션 연출
이후에도 레제와 붉은 빛에 대한 연출은 계속되는데, 불꽃놀이 축제에 간 둘은 키스를 하게 된다
그런데… 축제의 붉은 캔디 애플을 아이가 떨어뜨리고, 누군가가 이를 밟는 장면이 나오며 레제는 덴지의 혀를 이빨로 뜯어버리고는 덴지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 상황에서 덴지의 버디인 상어대가리 친구가 덴지를 구해주며 일단락되어 보이지만 레제는 폭탄의 악마였고, 이를 불꽃과 같은 연출과 함께 드러내며 그들을 추격한다.
이 장면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연출은 붉은 빛 아래에 있던 레제가 형형색색의 불꽃 아래에서 키스를 하고 있었는데, 본색을 드러내자 모든 불꽃놀이의 불꽃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연출이다.
이후의 추격 신은 마치 베놈 1편에서 오토바이 추격 신을 떠올리게 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추격 신이었는데, 정말 신나는 노래 비트와 함께 진행되는 추격 신은 와 진짜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특히 도망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능력자들의 능력을 보는 것, 그리고 캐릭터들의 매력을 느끼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
역동적인 연출 사이에 갑자기 정적으로 일러스트화되며 스탑 처리하는 연출이나 어둠 속에서 불꽃의 특성만을 이용한 시각적 효과, 갑자기 노래와 사운드, 비주얼이 모두 암전되었다가 빠르게 지나가는 연출 등은 사이버펑크 2077에서 봤던 빠른 속도의 전투 연출과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막말로 스토리나 내용 모르고 전투 신만 봤어도 영화 표값은 했을 것이다.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은 MAPPA에서 제작했다는 걸 초반에 알게 되어 그런 건지는 몰라도 중간에 나오는 여러 색의 버섯구름은 뭔가 진격의 거인 오프닝이 생각나기도 했다.
거미줄에 걸린 것은 누구인가?
결국 주인공 일당이 레제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하고, 덴지는 여미새답게 마지막에 레제를 풀어주며 도망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와 추억이 있는,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카페에서 기다릴 거라며 대화를 나누는데, 레제는 덴지를 보고는 바보 같다며 질책했지만, 그러면 자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죽이면 되지 않았냐는 덴지의 말에 반문하지 못하고 “왜 나는 처음 본 순간 너를 죽이지 못했을까” 고민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보고 레제와의 데이트 장면이 떠올랐다.
학교 수영장에서 레제가 수영을 가르쳐준다며 옷을 벗고 들어오라는 장면이 있다. 이때까지도 덴지는 마키마 씨를 좋아하고, 자신의 마음은 마키마 씨라며 말을 한 상황이었는데, 자꾸 레제에게 마음이 가다가 결국 마음과 다르게 몸이 반응하며 수영장에 들어가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 장면에서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점점 실에 옥죄어오는 연출이 나온다.
덴지가 레제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이 어떻게 덴지를 옥죄는 실타래가 되었을까 고민했었는데 초반에는 덴지라는 나비가 사랑에 빠지면서, 암살자에게 약점이 생겨버린 상황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암살자를 죽이고 덴지까지 죽이려는 속셈을 드러낸 레제를 보고, 덴지를 덫에 빠뜨려 죽이려는 거미가 레제라고 생각을 바꾸었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이 되어서야 거미와 나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순간은, 레제가 덴지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즉, 살해의 목표인 덴지에게 레제가 사랑에 빠지며 죽여야 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작품의 완성인 꽃
초반에 덴지는 기부를 하고 꽃 하나를 받게 되는데, 이를 먹었다가 나중에 우연히 만나는 레제에게 선물해준다. 이는 레제를 나타내는 매개체로서 기능하는데, 나중에 레제의 가게를 갈 때 보면 물컵에 꽃을 보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덴지에 의해 도망을 치던 레제는 기부 단체에서 꽃을 받고서는 다시 덴지에게 돌아가려고 하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면 덴지는 그녀를 기다리며 엄청난 꽃다발을 가지고 기다리지만, 정작 레제의 꽃잎은 모두 떨어져 있다.
그녀는 그녀의 꽃처럼 결국 덴지에게 닿지 못하고, 마키마 씨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작품 외적으로 생각했을 때에는 깔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킹스맨 1에서 해리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더라도 학살을 진행한 뒤에 살해당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제가 죽는 장면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ㅜㅠ 서브병이 있는 나는 더욱 아팠다.
레제는 덴지를 사랑했다
레제는 왜 덴지를 사랑했을까? 왜 돌아오려고 했을까? 그녀는 다 속임이었고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나는 레제가 덴지에게 했던 말들에서 진심을 느꼈다.
덴지에게 어린 나이에 왜 악마 사냥꾼 같은 죽음이 도사리는 직업을 선택하고, 너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복지는 모든 일본인이라면 (사람이라면) 얻을 수 있는 권리라며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중에 러시아의 스파이로 어린 시절 도구처럼 보내졌다는 레제의 과거를 듣고는, 덴지를 보고는 자신의 과거 어린 시절을 보던 것은 아니었을까?
후기
진짜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친구들과 영화를 본건데,
예고편도 안 보고 가서, 반전이 너무 맘에 들었다.
연출이랑 스토리 전부 마음에 드는 5점짜리 영화다.